DREAM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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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HOUSE

매디슨 애비뉴의 낡고 오래된 맨션, 30년 전, MR. 랄프 로렌의 손에서 혁신적인 매장으로 재탄생. 그 변화의 시작을 살펴본다

1986년 4월 21일, 뉴욕의 매디슨 애비뉴 이스트 72번가의 코너에서 바로 그 변화가 시작되었다. 약 2년 동안, 낡고 오래된 신르네상스 양식의 맨션은 동화같은 파사드에 어울리는 부활의 시간을 겪었다. 외부는 보강 및 파워워싱 처리되고, 내부는 수작업 석고 몰딩과 페르시아산 러그로 장식되었으며, 교육과 훈련을 받은 직원들은 마치 헐리우드 장편 영화에 출연해도 좋을 법한 룩을 갖추었다. 랄프 로렌(Ralph Lauren)이 꿈꾸던 공간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는 또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비좁은 매장에서 타이를 팔면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한 남자가 과감하게 한 발을 내딛는 순간이기도 했다. Mr. 로렌은 성대하게 그 새로운 시작을 알렸지만, 당시에 매장에 있던 직원들에 따르면 그가 신경을 썼던 부분은 화려함보다는 손님들에 대한 따뜻한 환대였다고 한다.

지금은 Mr. 로렌의 오른팔이라고도 할 수 있는 찰스 패이건(Charles Fagan)이 아내 리키(Ricky)와 함께 매장에 방문한 Mr. 로렌의 당시 연설을 회고했다. "로렌은 '뉴욕은 거친 곳이지만 우리 매장에 오는 사람들만큼은 여러분을 통해 따뜻함을 느꼈으면 한다. 여러분의 집에 초대받았다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상했던 대로, 맨션의 외관과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행인들은 결국 긴 차양을 지나 매장의 메인 홀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체적으로 마호가니 장식을 테마로 하고 매우 정교하게 디자인된 천장이 특징인 이곳은 영국의 클럽하우스 같기도 하고, 부호의 컨트리 별장 같기도 한 느낌을 자아냈다. 맨해튼의 분주한 일상을 벗어나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선사한 것이다.

 

이 매장은 내가 처음으로 넥타이를 선보인 바로 그 시점부터 줄곧 말해 온 모든 것들의 정수를 담고 있다. 나는 이곳이 매장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단순히 옷만 팔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스타일에 대한 나의 생각, 즉 나의 세계를 공유하고자 한다. — MR. LAUREN

 

사실, 이러한 시도는 로렌에게도 위험부담이 컸다. 당시 대부분의 랄프 로렌 의류는 블루밍데일즈(Bloomingdale’s)나 삭스 삭스 피프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와 같은 백화점 및 일부 대리점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었고, Mr. 로렌과 같은 디자이너가 남성복, 여성복, 홈 데코 등 전 제품 라인을 통합된 단일 공간에서 판매하는 일은 유례가 없었다. 백화점 매장들 중 일부는 새롭게 등장한 맨션 매장으로 인한 매출 잠식을 우려했으나, Mr.로렌은 랄프 로렌 감성에 대한 확고한 표현이 궁극적으로는 라인랜더 지역 전반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 매장은 비즈니스 방식을 바꾸려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내 비즈니스에 최고의 형식을 부여하기 위해 존재한다." 당시 Mr. 로렌의 말이다. New York Times 기사는 Mr. 로렌이 매디슨 맨션의 성공에 대해 "엄청난 확신에 차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의 생각은 들어 맞았다. Mr. 로렌의 친한 친구이자 당시 블루밍데일즈의 CEO 겸 회장이었던 고 마빈 트라웁(Marvin Traub)은 개장일에 매장을 방문해 매장에서 판매한 첫 넥타이를 구매했다. 그날 저녁 영업 마감 후, 트라웁은 전화를 걸어 매장의 매출을 확인했다고 한다. “첫 날 매출이 10만 달러 정도 됐던 것 같다. 1986년에 그 정도 금액은 실로 엄청난 액수였다." 패이건은 말한다. "랄프가 '그 정도면 좋은 편인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트라웁이 '랄프, 그 정도면 매우 좋은 편이네'라고 거들었다고 한다. 결국, 맨션에서 시작된 매출 상승은 백화점 매출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이듬해, 블루밍데일즈는 랄프 로렌 매장 공간을 두 배로 늘려 할당했고 삭스와 베르그도르프 굿맨(Bergdorf Goodman)의 매출액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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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베이션 도중의 볼트형 천장, 기둥, 노출된 계단

 

맨션 매장은 즉시 히트했지만 성공이 하룻밤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Mr. 로렌은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완벽한 공간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발품을 팔았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Mr. 로렌을 보필한 핵심 인물인 버피 버리텔라(Buffy Birrittella)는 이러한 장소 물색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버리텔라의 말이다. "몇 년을 찾아다녔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트럼프 타워를 건설하면서, 타워의 메자닌 층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입점을 권유했으나, 사실 그곳은 쇼핑몰로 쓰이기에 더 좋아 보였다." 버리텔라팀은 5번가에 있는 스크라이브너스(Scribner's) 매장과 1960년대 중반에 은행이었던 곳도 살펴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스크라이브너스 매장은 "매우 아름다웠지만 좀 좁았고 은행 자리는 너무 작았다"고 한다. "또, 체이스 은행이 그 공간을 내줄 것 같지도 않았다." 버리텔라가 웃으며 덧붙인다.

그렇게 하여, 이곳을 찾아냈다. 72번가를 거슬러 올라가, 가장 가까운 소매점에서 열 블록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Mr. 로렌은 보자마자 이곳을 알아본 것 같다. 바로 그곳이었던 거다." 버리텔라가 말한다. 세상을 등진 은둔의 상속녀 게어트루드 라인랜더 왈도(Gertrude Rhinelander Waldo)가 의뢰하여 건축된 루와르 고성 스타일의 이 맨션은 1894년 완공 당시 아름다운 루프 실루엣과 고딕 및 초기 르네상스 스타일이 만나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완공 이후부터 당시까지는 녹녹치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건축주는 실제로 이 맨션에서 산 적이 없었으며, 1920년 매각될 때까지 복도에는 유럽산 골동품이 가득 쌓인 채 빈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경매장, 꽃집, 약국, 레스토랑 등이 이곳에 자리했고 패션 포토그래퍼인 에드가 드 에비아(Edgar de Evia)가 거주하기도 했다. 이 건물은 유서 깊고 토대가 훌륭했지만 거주자들이 거주를 하는 과정에서 건물은 여러 군데 흠이 났다. 1층 창은 전면 판유리로 교체되었다. 내부, 구획, 드롭 천장, 덕트, 형광등은 디테일로 장식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나오미 레프(Naomi Leff)는 당시 Architectural Diges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했다. "이 건물이 레노베이션을 하기에 딱 좋았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는 디자이너라기보다는 고고학자의 관점으로 그런 말을 했던 거 같다."

레프는 버리텔라 등 RL 팀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오리지널 건물의 남아 있는 몇몇 디테일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당시 훌륭한 건축물들을 참고해서 설계에 그 일부를 차용했다. (버리텔라 왈, "이 매장의 계단은 코넛트 호텔의 것이다.") 알음알음으로 물색한 수백 명의 노련한 장인들이 팀을 이루어 건물은 본래의 웅장함을 되찾아 가기 시작했고, 결국 그 이상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레프의 팀은 중앙 계단과 장식 판자용으로 약 7600평방미터에 달하는 온두라스산 마호가니를 주문했고, 핸드러빙 작업을 통해 깊은 초콜릿 브라운 색감을 연출했다. 또, 인테리어 라인은 벨벳 드레이퍼리, 그린 펠트 벽, 코퍼 실링으로 마감했다. 이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팀은 이곳을 집처럼 꾸밀 수 있는 앤티크 회화, 브라스 피팅, 고가구를 찾기 위해 유럽으로 향했다. "랄프에게는 분위기가 제일 중요했다. 우리는 그의 머릿속에 있던 영화의 맥락을 살리고자 했다." 버리텔라의 말이다. 전체적으로 리노베이션 완공까지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는데, 이를 위해 현장 근로자들은 매장 오픈 전 5개월 동안 거의 24시간 현장에 있어야만 했다.

“랄프 로렌은 모든 것이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하자고 했다." 데이빗 로렌(David Lauren)의 말이다. "마호가니, 몰딩, 계단은 원래 없었다. 모두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계단이 있는 자리는 원래 그 전에 자리했던 빵집의 초대형 냉장고가 있던 자리다."

현재 소매 부분 수석 크리에이티브 오피서로 재직 중인 알프레도 파레데스(Alfredo Paredes)는 리노베이션이 진행될 당시 23세의 나이로 회사에 입사했다. 파레데스가 말한다. "처음 일을 맡게 되었을 때, 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전체적인 컨셉과 그 호화로움, 디테일의 수준에 대해 가늠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RL팀은 좋은 느낌을 자아내는 윈도우 디스플레이와 영화적인 인테리어를 위해 비용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어린이 섹션은 앤티크 토이와 보이 스카웃트 훈련장의 트렁크로 꾸몄고, 4층에는 카나리아가 노래하는 카탄 케이지가 놓였다. 폴로 테마의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완성하기 위해 심지어 실제 잔디를 심고 가꾸었다고 파레데스는 회상한다. "모든 것이 어떤 제약도 없는 영화 속 마법처럼 그야말로 최고로만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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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시즌 테마로 구성된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1986년 4월 개장 즉시 이 맨션은 뉴욕 관광객들이 반드시 찾아야 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했으며 (그 해 매장이 처음 문을 열기 30분 전에 일상적으로 문 앞에 서 있던) 일부 고객들에게는 제2의 고향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패이건은 재클린 오나시스(Jackie Onassis)가 여러 차례 방문했던 것, 오드리 햅번(Audrey Hepburn)의 프라이빗 피팅 등을 기억하면서도, 이 공간이 명사나 부유층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데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한 고객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내가 전에도 매장에 와 본 적이 있냐고 묻자 그녀는 '그렇다, 몇 차례 왔었다. 정말 힘든 날이었는데 집에 가는 길에 이곳에 들러 휴식하면서 기분이 좋아졌었다'고 말했다. 그 고객은 아무 것도 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일은 몇 년 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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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후 이 맨션 매장은 랄프 로렌의 세계를 이룩하는 주춧돌이 되었고 유통 혁신의 모범 사례로 간주되고 있다. "당시의 매디슨 애비뉴를 살펴보면 단일 브랜드 매장은 없었다. 거의 미술관이나 다양한 종류의 상점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오늘날 매디슨 애비뉴와 뉴욕 상점가의 전체 지평이 그때와는 매우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빗 로렌이 말한다. Mr. 로렌은 공간을 실험실로 활용하여 새로운 디스플레이 및 디자인을 테스트했고 직원들에게 고객의 의견을 물었으며 늘 완전 몰입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공식은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 때마다 더욱 발전해 나갔다. 이후, 2010년에는 여성 및 홈 컬렉션이 더 밝고 여성스러운 888 매디슨으로 옮겨가, 우아하고 심플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에 자리하며 라인랜더 맨션 과 한 쌍을 이루었다. 이제 매장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으며, 모든 매장마다 각 지역별 특색을 살리면서도 매디슨 에비뉴의 DNA를 간직하고 있다.

1986년 Mr. 로렌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매장은 내가 처음으로 넥타이를 선보인 바로 그 시점부터 줄곧 말해 온 모든 것들의 정수를 담고 있다. 나는 이곳이 매장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단순히 옷만 팔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스타일에 대한 나의 생각, 즉 나의 세계를 공유하고자 한다. 즉, 내 삶의 철학을 제안하고자 한다." 뉴욕에 온다면 시간을 내어 꼭 들러 볼 것. (4층 전체에 놓인) 음료수 회전 선반에서 시원한 음료도 마시고, 신선한 꽃 향기도 맡아보고, 시즌 최신 아이템도 꼼꼼히 살펴보자. 잠시라도 나만을 위한 세상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방문해도 좋다.

"랄프 로렌은 자신을 디자이너로 생각한 적이 없다. 그는 스스로를 옷을 통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빗 로렌이 말한다. "또, 72번가의 맨션을 매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더 분명하고 강력한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할 수 있게, 자신의 브랜드의 맥락을 만드는 클럽, 환경, 분위기로 여긴다."

이때, Mr. 로렌도 이 맨션 매장을 비슷하게 설명했다. 다만 더욱 간명하게 표현했다: “매우 간단히 말해, 이곳은 그 자체로 내 꿈의 실현이다.”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라인랜더 맨션 내부